EP.2 완벽했던 가정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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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P.2 완벽했던 가정들
제도는 숫자로 설계된다
국민연금은 믿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.
이 제도는 숫자로 설계되었다.
감정이 아니라, 통계와 가정의 조합이다.
첫 번째 가정:
아이들은 계속 태어난다
국민연금이 설계되던 시기, 출산율은 의심의 대상이 아니었다.
아이를 낳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삶의 기본값이었다.
젊은 인구는 줄지 않는다.
이 가정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다.
미래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료 납부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.
이 전제가 무너지면 제도는 다른 결과를 낸다.
두 번째 가정:
오래 살지만, 아주 오래는 아니다
기대수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.
하지만 그 증가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 가정했다.
즉,
내는 기간은 길고, 받는 기간은 제한적이다.
수급 기간이 짧을수록
재정은 안정된다.
이 역시 수학의 문제다.
세 번째 가정:
다수가 소수를 부양한다
국민연금의 핵심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.
현재 일하는 사람이 현재 은퇴한 사람을 부양한다.
이 구조는 비율에 의해 유지된다.
가입자 > 수급자
다수가 소수를 떠받칠 때, 부담은 느껴지지 않는다.
하지만 이 비율이 역전되면,
시스템은 다른 선택을 요구받는다.
네 번째 가정:
경제는 성장한다
임금은 오르고, 보험료도 함께 오른다.
같은 비율을 내더라도 절대 금액은 커진다.
그래서 부담은 눈에 띄지 않는다.
성장은 문제를 가린다.
성장이 멈추면, 숫자는 드러난다.
이 모든 가정은 동시에 성립해야 했다
이 중 하나만 깨져도 위험 신호가 켜진다.
하지만 국민연금은 모든 가정이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서 설계되었다.
이것은 잘못이 아니다.
당시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.
문제는 단 하나다
제도는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다.
가정이 무너졌는지, 환경이 바뀌었는지, 시대가 달라졌는지.
제도는 그저 작동할 뿐이다.
이 가정들은 지금도 동시에 유지되고 있는가?
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에 숫자로 답한다.
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불편해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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